가볍게 속단하지 말지어다!

예전에 쓴 First on site라는 글이 반응이 좋았건 관계로 이번에도 제 초짜 시절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생초짜의 모습을 벗고 엔지니어로서 자신감이 조금 생기던 어느 겨울날 고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고객: CPU가 분명 하나인데 작업 관리자를 보면 CPU가 두개인걸로 나와요

Sankim: 잉?? 뭐라고요?

고객이 잘못 본건 아닐까 아니면 혹시 바이러스? 혹시 버그??? 별별 생각을 다하고 혹시 관련 버그가 있는지 Technet CD를 뒤져 봅니다. (지금은 누구나 웹으로 검색할 수 있는 Technet의 문서들이 10년 전만 해도 Technet이라는 80만원쯤 하는 유료 구독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배달된 CD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검색 결과 그런 버그 따윈(!) 없습니다. 고객에게 그런 버그는 없고 잘못 본 것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고객은 이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설치만 수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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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라면 문제가 혹은 하이퍼스레딩 혹은 멀티코어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 눈치 채셨죠? 이 시기에 하이퍼스레딩이 처음 시장에 나왔었습니다.*/

결국 어린양을 구하는 심정으로 고객사에 방문해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합니다.

먼 지방이었기 때문에 동료 엔지니어를 꼬셔서 운전기사를 시켜 지방까지 차를 몰고 고객사를 방문합니다.

구세주라도 만난듯한 고객의 환대를 받으며 해당 서버 앞에서 작업 관리자를 열어봅니다, 고객의 말대로 CPU가 두개로 나타납니다. 회사 중요 시스템이었지만 모든 작업을 중단 시키고 서버를 오프라인 시킨 채 서버박스를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Sankim: 잉?? 뭐야?!! 진짜 CPU가 하나잖아??? 이거슨 하드웨어 문제가 분명해!!!!

함께 온 엔지니어(함께 거듭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렇게 비싼 장비에서 이런일이!… XXX사 얘들 문제 많다고 하더니… 헛소문이 아니었군!!

고객: 그럼 어쩌죠?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Sankim: 걱정 마세요, 제가 하드웨어 회사에 전화해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하고 새 걸로 교체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겠습니다!

고객: 아이구, 감사 합니다(굽신 굽신)

(의기 양양하게 sankim은 해당 하드웨어 본사에 전화를 겁니다)

Sankim: (아주 크고 강력한 어조로) 여기 새로 산 서버가 있는데 하드웨어 문제 때문에 CPU가 하나인데 두 개로 보입니다. 당장 새 걸로 바꿔주세요! (그 뒤로 큰소리로 횡설수설..)$%왈왈@ㅎㄹㄲ왈왈왈ㅉㄸ$%ㅍㄸㅉ왈왈왈왈ㅆ꾜ㄸ$%^$#%^ㄹ#

(한참을 듣고 있던 H/W엔지니어)

H/W 엔지니어: 그거 하이퍼스레딩 때문에 두개로 보이는 건데요….

Sankim: 잉?? 하이퍼스레딩? 그건 뭐에요?

H/W 엔지니어: 하이퍼스레딩은… 줄줄줄~ (*하이퍼스레딩은 하나의 물리적 CPU의 코어를 논리적으로 두개로 나눠 작업을 처리하도록 합니다. 이후에 나온 물리적으로 코어가 다중인 멀티 코어와는 다릅니다. i7 프로세서의 경우 멀티 코어, 하이퍼스레딩 두개의 기술이 모두 사용합니다.)

Sankim: (속으로: 억… 그런게 있었어??? 제길슨… 으어헝 ㅜㅜ)……….. (침묵.. 듣고만 있음)………..  (지금까지 부린 오바를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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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는 H/W 문제라고 큰소리 치고 나왔는데... 운전기사를 시킨 동료에게는 가쁜히 H/W 업체에게 큰소리 치고 나오면 된다고 했는데... 동료는 내 말만 믿고 거들기까지 했는데… 진짜 문제는 그 동안 CPU도 제대로 구분 못하는 생초보 취급한 고객에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뭐.. 그 이후 망신이나 회사 돌아가서 웃음거리가 된 것 같은 후일담은 그냥 Skip하도록 하겠습니다… ㅜㅜ

뭐.. 이상은 가벼운 일 이라도 쉽게 속단하고 판단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제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상식 범위 밖이라고 해도 가볍게 속단하지 맙시다.ㅜㅜ